우리 소개
성서모임의 고유용어와 영성
조마오로 수녀님 저
가톨릭 성서모임의 용어들은 하나 하나가 정성을 다 하여 성경과 공의회 문헌을 공부하면서 마음과 생각을 다하여 선정한 낱말들이다. 우리의 첫 시작은 어떤 계획이나 체계적인 방법을 가르침 받은 것이 아니었다. 우리는 내세울만한 아무 것도, 우리 이름조차도 없었다. 다만 살아 계시는 하느님 말씀의 능력을 크게 작게 체험한 소수의 사람들이 무작정 말씀의 큰 힘에 이끌려서 모였을 뿐이었다.
그러나 곧 우리는 이름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우리는 하느님께서 우리를 보시며 “참 좋더라” 고 하시는 이름이 무엇인지를 찾기 위해서 성경은 물론 제2차 바티칸 공의회 문헌을 몇 번씩이고 꼼꼼히 읽으며 공부하였다. 한 가지 마음에 드는 용어를 찾으면 우리는 기뻐서 환성을 올리며 감사에 넘치는 마음이었다.
용어를 택하는 이 작업은 당시 성서모임의 초창기 수녀봉사자와 소수의 청년 봉사자들이 최창무 신부님(현재 대주교, 광주 대교구장)의 지도를 받으며 함께 하였다. 성서모임의 고유용어를 정하는 과정에서 많은 이름들이 거론되었고 우리는 한 가지씩 고유용어가 정해지면 기쁨의 환성을 터트렸다. 우리가 이름을 처음 발표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이해하지 못하였지만, 그럴 때마다 우리 이름에 대해서 설명하는 가운데 우리 스스로도 우리의 정체성을 의식할 수가 있었다. 이제 성서모임의 고유 용어들에 관해서도 기록을 남겨야 할 시기라 여겨지기에 이 작업을 한다.
1.가톨릭 성서모임 Catholic Bible Life Movement (CBLM)
가톨릭 성서모임은 성경의 하느님 말씀과, 교회의 공적 예배인 ‘전례’와, 교회 안에 전해 오는 거룩한 전승인 ‘성전’ 을 꼭 같은 권위로 믿으며 따른다.
1)가톨릭: 가톨릭 교회 안에서의 성경공부의 특성은 ‘오직 성경만’을 주장하는 개신교 여러 교파들과 달리 전례와 성전(Holy Tradition)을 같은 권위로 중요시한다. 올바로 성경을 이해하기 위해 우리는 가톨릭 교회의 가르침인 제2차 바티칸 공의회 문헌을 공부한다. 특히 “계시헌장”은 성서모임의 성경입문을 위한 필수 과목으로 성경을 공부하기 전에 먼저 공부하며, 첫 단계 성경공부를 마친 창세기 연수 때 특강을 듣는다.
가톨릭 성서모임은 미사 성제와 성체성사에 현존하시는 주님을 믿는다. 부활하신 주님께서 엠마오로 가던 제자들에게 “모세와 모든 예언자로부터 시작하여 성경 전체”(루카 23,27)에 대한 하느님의 말씀을 풀이해 주셨음과, 주님께서 빵을 떼어 그 제자들에게 나누어 주실 때 “그들의 눈이 열려 예수님을 알아보았다”(루카 23,31)는 말씀을 묵상하며 하느님 말씀과 성체성사의 의미를 되새긴다. 또한 교회 안에 전해 오는 거룩한 성전, 특히 성모님께 대한 신심과 성인들의 통공을 중요시한다. 이에 가톨릭 성서모임의 모든 공식기도 끝에는 우리의 특별 주보이신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성 요셉, 한국의 순교자들께 대한 전구를 청하는 호칭기도를 바친다.
2) 성서모임: 우리는 어떤 단체 또는 조직이 아니라, 단순히 성경을 공부하고 묵상하고 나누며 생활하는 작은 모임들이기에 “성서모임”이라는 이름이 정해졌다. 가톨릭 성서모임의 기본 영성 중 하나는 물처럼 늘 흐름을 중요시한다. 따라서 어떤 고정된 단체나 기구(structures)가 되는데 필요한 모든 에너지를 말씀을 공부하고 선포하는 데에 집중하는 모임이다. ‘모임’이라는 말 자체가 움직임을 뜻한다.
우리가 모이는 유일한 이유는 말씀 선포를 위해 잘 흩어지기 위한 목적이다. 성서모임은 복음선포를 위한 공부와 기도와 서로의 격려와 도움을 위한 모임이기에 고정되어서는 안되고, 늘 흘러야 한다. 성서모임에서 매 단계 성경 그룹공부를 마친 다음에 반드시 그룹과 봉사자들이 흩어져서 다른 그룹에 속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인간의 약함으로 ‘우리 그룹’이라는 ‘게토’를 만들 위험이 있고, 그룹원 서로와 봉사자가 ‘우리사람, 내사람’으로 고정되려는 유혹을 피하게 하려는 의도이다. 가톨릭 성서모임이 교회 안에서 모든 신자들, 모든 단체들, 모든 계층의 사람들에게 널리 열려 있어야 하는 때문이다.
이러한 정신에서 Catholic Bible Life Movement (약자: CBLM)라는 영문이름이 1973년에 생겨났다. 우리 모임에 대해서 소문을 들은 외국 가톨릭 기관에서 우리를 소개해 달라는 요청을 받은 것이 계기가 되었다. 우리는 “성서모임”을 어떻게 영역해야 할지 몰라서 당시 서강대학교의 미국인 예수회 신부님들께 문의했었다. 성서모임의 성격에 대한 설명을 들은 신부님들은 우리가 단순히 성경을 공부하는 그룹이나 단체가 아니라, 성경의 생활화를 목적으로 하는 운동체로 이해하였다. 성서모임은 시작 된지 일 년이 안되어서 빠르게 퍼져나가고, 서울뿐 아니라 여러 지방으로 확산되어 가고 있음을 보았기 때문이기도 했다. 우리에게 이 영문 이름을 주신 주님의 도구가 되셨던 예수회 신부님들께 깊이 감사를 드린다.
2. 형제, 자매, 성서가족
“너희는 스승이라고 불리지 않도록 하여라. 너희의 스승님은 한 분 뿐이시고 너희는 모두 형제다”(마태 23,8) 말씀대로 우리는 그룹을 인도하는 사람들뿐 아니라, 성서모임에서 만나는 사람들을 말씀 안에서의 형제요, 자매로 부른다. 따라서 ---씨, 선배, 후배, 선생, 지도자, 등의 호칭을 쓰지 않는다.
“가톨릭 성서모임에서 발간되는 문제집에 따라서 공부를 하는 모든 신자들을 우리는 “성서가족” 이라고 부른다. 이는 하느님의 말씀 안에서 한 형제, 자매, 가족이 됨을 느끼기는 사람들에게서 자연스럽게 나온 말이기도 하다. ‘성서가족’이라는 용어는 예수님께서 “내 어머니와 내 형제들은 하느님의 말슴을 듣고 실행하는 이 사람들이다”(루가 8,21; 마르 3,35)고 하신 말씀에 근거한다.
3. 성경 연수 (YonSu)
가톨릭 성서모임의 기본은 그룹 성서모임이다. 창세기, 탈출기, 마르코, 요한, 사도행전, 이사야, 마태오 복음 등의 단계로 성서모임에서 출간한 각 낱권 성서를 위한 문제집에 따라서 매주 한 번 2시간 가량의 그룹 공부를 통해 한 단계를 마치는데 대개 4-6 개월, 또는 그 이상 1년 가량 걸린다. 이처럼 그룹 공부를 마친 성서가족은 각 단계별 성경 연수를 받는다. 연수 기간은 보통 2박3일이나 각 지역, 또는 상황에 따라서 3박4일, 4박5일, 연결되는 두 주말, 또는 출퇴근 식 2일 등으로 다양하다. 이 연수는 몇 개월 동안 깊이 공부하며 묵상하고 나눔을 했던 낱 권 성경의 내용과 주제 등을 전체적으로 종합하는 강의와 해당 성경과 연결되는 주제를 반영하는 그룹작업, 특히 미사, 고백성사 등으로 가톨릭 고유의 전례를 중요시 한다. 피정과 연구와 수련을 겸하는 이와 같은 성격의 내용이기에 우리는 당시에 흔하지 않았던 “연수”라는 말을 사용하였다. 이 용어를 영어로 번역하기가 어려워서 우리는 이를 고유명사화 하여 영어로도 “YonSu”라고 한다. (예: 창세기 연수 Genesis YonSu)